수평선에서 만난 것들
OPENING RECEPTION
GALLERY
ORGANIZER
ORGANIZED BY

현대미술은 미술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작동하고 의미를 가질 때 비로소 삶과 호흡하게 된다. 이 전시는 현대사회의 모순된 구조와 현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내면을 동시대의 언어로 기록하고자 한다. 《수평선에서 만난 것들》은 이인 작가가 ‘현대사회 속의 나’에 대해 던진 질문에서 시작된다. 그 질문의 끝은 불확실하고, 과정은 모호하지만, 작업은 그 사이에서 마주한 감정과 장면, 그리고 생각의 흔적들을 포착한다. 수평선은 두 가지 사전적 정의를 지닌다. 하나는 물과 하늘이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선, 다른 하나는 중력의 방향과 직각을 이루는 선이다. 작가는 이 두 정의를 각기 다르게 읽어낸다. 하나는 구체적 형상으로, 또 하나는 추상적 감각으로. 이 두 인식 사이에서 작가는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실과 내면을 교차시킨다. 작품은 평면회화를 중심으로 오브제와 입체 작업을 포함하며, 구상과 추상이 병치되거나 혼합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작가는 어느 하나의 시선에 머물지 않고, 삶이 특정한 방향으로 기울지 않도록 하는 평평한 상태, 균형의 감각을 지속적으로 탐색한다. 그 과정에서 만난 사물과 풍경은 구체적이면서도 상징적이며,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작업은 ‘색색, 어떤 것(Palette, something)’과 ‘검은, 어떤 것(Black, something)’이라는 두 방향의 응시로 전개된다. 하나는 일상의 사물에, 또 하나는 내면의 그림자에 시선을 둔다. ‘색색, 어떤 것’은 물과 하늘이 맞닿는 경계의 감각을 구체적인 형상을 통해 시각화한다. 친숙하고 견고한 사물들, 일상의 풍경들이 등장하지만, 그 너머의 본질은 선명하지 않다. 우리는 그것들의 이름을 알고 있지만, 그것이 품은 시간이나 감정, 정체성까지는 도달할 수 없다. 그렇게 매일이 어제와 닮아 있고, 사물들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침묵을 유지한다. 작가는 오일, 아크릴, 혼합재료 등을 통해 이러한 사물의 결을 포착하고, 일상의 표면 아래 숨어 있는 감각을 끌어올린다. 반면, ‘검은, 어떤 것’은 부조리한 현실, 이분법적 모순, 그리고 인간 내면의 깊이를 향해 내려가는 작업이다. 여기서 ‘검은’은 단지 어두운 색이 아니라, 심오하고, 깊으며, 아득한 감각의 상태다. 작가는 검은색을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 그 안의 질서와 본성을 응시하며 경의를 표한다. 두텁게 쌓인 마티에르, 스며드는 먹의 흔적, 물성과 시간의 결이 담긴 화면들은 작가의 내면 풍경을 시각화하며, 동시에 보는 이로 하여금 또 다른 층위의 감각을 환기시킨다. 《수평선에서 만난 것들》은 이러한 감각의 교차로부터 발생한다. 작가는 세계를 해석하거나 특정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수평선이라는 열린 공간 위에 질문을 놓고, 그 위에서 만난 감정과 장면들을 기록한다. 이 전시는 구체와 추상, 외면과 내면, 일상과 심연 사이를 오가며,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마주하는 감각을 그려낸다. 끝나지 않는 질문의 연속으로, 계속해서 바라보고, 생각하게 만드는 하나의 시선으로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