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GOING

기억에 다가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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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ING RECEPTION
Apr 09, 2025
GALLERY
B1, 563 Seolleung-ro, Gangnam-gu, Seoul
ORGANIZER
ArtToken
ORGANIZED BY
ArtTo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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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형태를 갖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서대호 작가의 사진은 바로 그 무형의 기억에 시각적 언어를 부여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작품 속 인물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얼굴은 원형으로 가려진다. 원은 인간의 머리를 닮은 형태이자, 완전함을 상징하는 기호다. 그는 기억이라는 내면의 흔적을 색과 형태, 질감과 빛의 조합을 통해 하나의 이미지로 응축한다. 사진은 여기서 단순한 재현이 아니다. 광목천, 무명천 등 질감이 살아 있는 천을 직접 염색하여 배경으로 사용하고, 조형적 완결성을 고려해 오브제를 정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하나의 구조로 보이도록 배치한다. 각 요소는 조화를 이루지만 고정되지 않으며, 그 사이를 흐르는 빛은 의도된 그림자를 만들고, 그 그림자는 평면적 이미지 안에 깊이와 여백을 더한다. 작가는 구성 단계에서 색을 감정의 매개로 다룬다. 기억과 감정은 작업 중 떠오르는 이미지 속에서 색으로 번역되며, 이는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니라 내면의 서사를 담는 수단이 된다. 그에게 색은 기억의 언어이며, 그 언어는 반복과 조화를 통해 감정의 구조를 설계해나간다. 그림자와 빛, 질감과 여백, 배열과 조형은 작가가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허물며 지속적으로 탐색해온 주제다. 작업은 카메라를 중심으로 시작되지만, 그 완성은 회화적 직관과 조형적 감각 위에 놓인다. 서대호의 작업은 최소한의 정보만을 남긴 채, 관람자의 내면을 향해 열린다. 그는 기억을 말하지 않고, 기억에 ‘다가서’도록 유도한다. 그 거리감과 모호함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기억을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