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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숨결에 대한 보고서[그림 에세이]

by 문화일보

Nov 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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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늦가을 풍경이라 해서 스산하다 했는가. 선정릉을 둘러싼 대로의 샛노란 가로수 풍경이 눈부시도록 매혹적이지 않은가. 그 화사함에 사로잡혀 우울이 파고들 틈이 없다. 동면에 들어가기 전, 절정의 자태는 능들을 둘러싼 상록수들과 대비를 이루어 더 짙다. 우리 생애도 말년에 이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11월은 최선길의 시즌이다. 반계리에서 은행나무만 30년을 관찰하며 그려온 그의 그림이 아트큐브 2R2에서 펼쳐졌다. 한 그루의 나무를 그토록 오래도록 그리고 있는 이유는 무얼까. 아마도 그것은 또 하나의 세계이자 우주일 것이며, 살아 있는 화석으로서 천년 세월의 끝없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다. 바깥 풍경과 그림들, 그리고 초대형 모니터의 가상세계가 입체적으로 어우러진 환상의 한마당이다. 신목의 모습은 숫제 숲이나 다름없다. 사실 비범한 실재에 대한 사생은 의외로 담담하고 소박하다. 어떤 과장이나 극적인 퍼포먼스보다는 진지한 관조의 무게가 느껴진다. 대교약졸(大巧若拙)이라 했던가. 이재언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