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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데뷔 40년, 한국 미술 거장 17명이 함께한 이유

by 덴 매거진

Aug 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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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영원한 프리마돈나, 조수미의 음악 인생 40년을 회고하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특별 기획전 《美 조수미 40년, 四季의 노래 CONTINUUM》이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조수미는 세계 무대 데뷔 40주년을 기념하는 음반 《컨티뉴엄(CONTINUUM)》을 발매한 후 국내외를 오가며 공연과 전시를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전시의 테마는 ‘사계(四季)’로, 관람객이 시간(계절)의 흐름을 따라 작품을 체험하고 교감할 수 있도록 ‘사계의 여정’으로 구성했다. 조수미의 음악과 예술에 대한 열정을 사계절의 순환 구조로 시각화한 것.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대가부터 신진 작가까지 17명 작가(총 43점)가 동참했다는 점에서 뜻깊다. 무엇보다 조수미의 음악과 동시대 예술가들과의 협업이 새로운 실험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번 전시는 3개의 전시실을 이동하면서 사계절을 경험할 수 있다. 전시 취지에 따라 즐기고 싶다면 첫 관람은 전시 동선을 따라 이동할 필요가 있다. 먼저 6층 ‘봄’(꿈에서 열정으로)에서 출발한다. 1층 메인 전시실에서는 ‘여름과 가을’(성장에서 성찰로)의 길을 걷다가 자연스럽게 지하 1층으로 내려오면 ‘겨울’(완성에서 새로운 시작으로)에서 마무리된다. 봄: 피어나는 새싹처럼 가능성을 품다 ‘봄’은 누구나 미래를 향해 첫걸음을 내딛고 가능성을 꿈꾸는 계절이다. 소프라노 조수미의 첫 노래도 작은 꿈에서 시작되었다. 영상을 통해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밤의 여왕’ 역을 맡아 혼신을 다해 열창하는 조수미와 만날 수 있다. 그가 부르는 밤의 여왕의 아리아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속에 불타오르고’는 우리의 뇌리에 각인된 오페라의 명장면이자 스타 탄생을 알리는 신호였다. 이 아리아를 들으면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인생의 ‘봄’과 어울리는 젊은 작가들이다. 민지는 동물을 매개로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탐구한다. 그의 동물은 미묘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환기시키며, 재현된 대상에 머물지 않고 회화적 공간 안에서 이야기를 생성하고 질문을 던지는 주체로 등장한다. 작년 개인전 《공존 찾기》처럼 ‘공존’을 테마로 한 신작을 전시했다. 귀여운 동물들은 어떤 위기가 닥쳐도 평정심을 유지할 것처럼 편안해 보인다. 콰야는 밤을지새운다는 뜻의 ‘과야(過夜)’와 ‘Quiet’, ‘Quest’의 ‘Q’를 결합해 만든 이름에서 그의 개성을 엿볼 수 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아이를 자주 그리는데, 이번 전시에서 만나는 2024년 작품 옛‘ 사진을 보다가’나 예‘ 전에 적어둔 일기장을 읽다가’에도 무표정한 아이가 일상을 즐기는 모습이 담겨 있다. 특히 2025년 작품 ‘나무 위의 소년과 파랑새’는 꿈 많은 소년의 모습이 파릇파릇한 봄의 생기와 어울린다. 6층에 전시된 작품 중에 티아라를 쓴 프리마돈나 조수미의 기품과 가장 어울리는 작품은 ‘통찰의 여왕’이다. 아름다운 여인이 커다란 왕관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전통 재료로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 온 김미숙의 작품이다.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여왕의 왕관이 자개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이 자개는 할머니의 자개농에서 떼어낸 것으로 작가의 손을 거쳐 다시 생명을 얻고 작품으로 거듭났다. 시간과 경험의 축적으로 완성된 왕관에는 통찰이란 단어가 어울린다. 김미숙은 “음악이 시간을 통해 완성되듯 옻칠 또한 시간을 통해 완성된시간 속에 축적된 감정의 흔적을 기록하고 싶었다”라고 피력한다. 오랜 담금질을 거친 조수미의 음악과 옻칠 작업은 그렇게 시간이라는 공통분모를 공유하고 있다. 여름과 가을: 예술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 ‘여름과 가을’은 성장과 성숙의 계절이다. 조수미의 쉼 없는 열정과 끊임없는 성찰이 만들어낸 예술의 여정으로 안내한다. 1층 전시실에는 한여름의 무더위처럼 캔버스가 불타오를 것 같은 작품이 있다. 이세현 작가의 강렬한 붉은 산수화(2026년 ‘Beyond Red’ 시리즈)가 여름이라면, 맞은편에 위치한 대가들의 소박한 작품에서는 가을이 펼쳐진다. 바로 윤형근, 이우환, 김근태의 작업이 모여 있는 벽면이다. 땅의 빛깔을 포착한 듯 숭고미를 이끌어내는 윤형근, 단색 선으로 담백한 동양의 미를 추구하는 이우환, 마음의 본질을 탐구하는 수행을 이어가는 김근태의 작품에선 고요하면서도 묵직한 존재감이 흐른다. 일찍이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는 “진정한 예술은 내면에 잔잔한 바람을 일으키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정적인 작품들은 조이스의 말을 떠올리게 하는 울림이 있다. 우리의 의식과 마음이 작품 속에 서서히 스며드는 경험을 하게 만든다. 이런 대가들의 유산과 조수미의 음악은 많은 접점을 지녔지만, 조수미의 여정과 조응하는 특별한 작품을 하나만 꼽는다면 달항아리가 아닐까. 이번 특별전을 맞이하면서 “무대 위의 빛나는 순간들 뒤에는 끝없는 연습과 성찰, 그리고 말로 다 전할 수 없는 외로움과 기다림이 있습니다”라고 소회를 밝힌 조수미를 떠올리면서 그의 여정이 삶의 균열을 견뎌내고 비움 속에서 완성되는 달항아리와 닮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 둥그런 달 같은 형상을 캔버스에 빚어낸 작가는 최영욱이다. 그는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독창적인 화법으로 세밀하게캔버스에 재현하고 있다. 한편, 최영욱의 신작 ‘Karma’ 시리즈도 전시 중이다. 그는 이미 조수미와 인연이 있다. 조수미의 첫번째 순수 한국 가곡집 《향수》의 LP 버전이 나올 때 달항아리 그림을 앨범 커버로 사용한 적이 있다. 겨울: 완성은 새로운 시작으로 향한다 ‘겨울’은 끝이 아니라 다음 봄을 준비하는 계절이다. 조수미의 40년은 완성으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시간을 잉태한다. 지하1층 전시실 입구부터 관객을 압도하는 것은 순백의 드레스다. 조수미는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막식에서 마스코트 반다비의 반달 형상을 품은 이 드레스를 입고 주제가 ‘Here as One’을 불렀다. 드레스와 배치된 작품 역시 함께 빛나고 있다. 샹들리에를 형상화한 이 작품은 황란의 솜씨다. 황란은 다양한 종류의 단추와 실을 대바늘 같은 핀으로 고정하는 설치 작업을 한다. 지하 1층은 그의 샹들리에와 매화가 빛 속에서 만개하고 있다. 매화는 꽃이 피고 지는 것을 통해 덧없는 찰나적 순간의 화려함과 삶의 순환성을 나타낸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그의 예술철학은 조수미의 ‘컨티뉴엄(연속성)’과 맞닿아 있다. 황란은 “조수미 선생님과 어울릴 수 있는 작품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존경하는 우리의 프리마돈나와 어울리는 것이, 찬란한 봄에 햇살이 좋을 때 피어나는 매화다. 매화가 피고 지는 순간을 바라보면서 일상의 소란을 잊고, 우리 마음속에 새로운 에너지가 채워지는 정화를 경험했으면 좋겠다”면서 출품작의 의미를 설명했다. ‘아티스트 토크’에 참여하면 여러 작가가 조수미라는 음악가와 어떻게 소통하고 교감했는지 더욱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지난 7월 9일 진행된 황란의 아티스트 토크에서, 작가는 핀과 단추를 재료로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 스스로 ‘인내력과 덧없음의 조합’이라고 정의했다. 그에게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무한대의 시간을 시각화하는 명상에 가깝다. 반면 설치한 작품을 해체하는 과정은 생의 마감을 넘어 새로운 순환 주기로 간주한다. 이런 독특한 작업 과정이 조수미의 ‘컨티뉴엄’을 공유하는 셈이다. 최영욱, 김미숙 작가 등이 아티스트 토크에 참여했으며, 8월 6일에는 이세현 작가의 아티스트 토크가 마련될 예정이다. 아트큐브 2R2에서 8월 22일까지 조수미와 여러 작가가 ‘사계’를 함께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 동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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